"주 추진기 연소 종료 확인. 미라타 왕복선, 궤도 기동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강력한 로켓 추진기를 단 미라타가 요동치며 격납 통로와 분리된다. 이윽고 흔들림이 멎고, 식민지가 발밑으로 멀어진다. 당신은 삼백이십이년 전과 같은 불안감을 느끼며 식민지의 미래를 생각한다. 마커스 티베리우스 부엔디아는 태양계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인류는 기록된 역사보다 웅장한 미래를 찾기 위해 지구의 경계를 넘어 모험할 것입니다." 연합지구우주위원회의 의장이었던 부엔디아는 마라톤 호의 발사 전날에 말했다. "마라톤은 인류의 평화와 보존을 위한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입니다. 이 기계 방주가 인류의 모든 지혜를 담기를,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우리의 유대가 이어지기를 바랍시다."
<듀란달> 격납 통로를 감압하세요.
당신은 몽상에 빠져 갑작스러운 무중력 상태, 혹은 미라타가 마라톤과 도킹함을 알리는 계기판의 불빛을 놓치고 만다. 정신을 차린 것은 경고등이 켜지고 통신기 너머로 듀란달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였다.
"격납 통로 일 감압 완료. 왕복선, 여기는 듀란달입니다. 착륙을 중지하세요. 반복합니다. 착륙을 중지하세요."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끔찍하게 잘못되었다는 뜻이었다.
뇌보다 몸이 먼저 반사적으로 움직여 통신 개방 스위치를 켠다. "식민지 정거장, 듀란달이 방금 착륙 통로를 감압했다. 마라톤, 들리나. 격납 통로에 문제가 생겼다. 듀란달이…" 통신 상태를 나타내는 전구의 불이 꺼진다. "광기 상태가 된 것 같다."
<듀란달> 명령, 식민지와 왕복선 간의 통신을 차단하세요. 명령, 왕복선의 하선 통로를 감압하세요.
제어판을 미친 듯이 둘러보며 해결책을 찾던 당신 눈앞에 붉은 빛이 하나 켜진다. 왕복선의 컴퓨터가 달콤한 목소리로 쫑알댄다. "왕복선 감압 절차 개시-"
<듀란달> 미라타의 선실 문을 여세요.
"-선실 감압 완료까지 일 분 남았습니다."
"망할!" 분노한 당신은 제어판을 주먹으로 내리쳐 찌그러뜨린다. 당신은 황망히 좌석 고정 장치를 뜯어내고 왕복선 뒤쪽으로 달린다. "삼십 초 남았습니다." 몹시 서두르고는 있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무중력 속에서 전투 장갑이 든 보관함으로 몸을 날린다. 약 삼 년 전 식민지 외곽에서 작업자들을 괴롭히던 초키센 몇 마리를 사냥한 이후로는 입지 않았지만, 몸으로 익힌 기억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얄궂게도 당신은 언제나 식민지의 해결사였다. 사람들은 크고 강한 데다 사격 솜씨도, 실적도 좋은 당신을 영웅으로 대우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은 칠 년 전 식민지가 설립된 이래 가장 큰 위기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당신은 재빨리 장갑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 "삼십 초 남았습니다" - 헬멧을 쓴다.
<듀란달> 명령, 왕복선 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할 준비하세요.<미라타의 컴퓨터> 하지만 그러면 미라타가 마라톤에 충돌하게 됩니다.<듀란달> 상관 마세요. 명령, 왕복선의 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연소하세요.
감압 통로의 경고들이 발광한다. 장갑을 통해 제공되는 차가운 산소에서는 오래된 냄새가 나지만, 이는 또한 생명의 맛이다. "왕복선 감압 준비 절차가 끝났습니다. 선실 감압을 시작합니다."
회백색의 감압용 증기가 통로를 채운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당신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별이 흩어진 타우 세티의 우주가 아니라 툰서 신기루 효과였다. 이는 공간이 흐려졌다가 선명해지는 현상으로, 당신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다. 인류는 지난 오백 년 동안 순간 이동장치를 사용해 왔으며, 당신도 마찬가지로 태어나기 전부터 순간 이동에 익숙했다. 하지만 이렇게 큰 효과는 처음 보았다. 심지어 착륙 공간 없이 효과가 발생한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다. 게다가, 당신의 눈앞에 순간 이동한 것은 우주 전투기다. 처음 보는 형태이니 외계인의 함선임이 분명하다.
미쳐버린 컴퓨터에 이어 외계인까지! 평소 차분한 당신조차 당황해 마땅한 경광이다. 이렇게 절망적인 순간은 태어나 처음이다. 그러나 곧 두 번째를 겪게 되는데, 전투기가 회전하며 당신과 무방비한 미라타를 겨누었기 때문이었다.
"최대 출력으로 연소하기까지 5, 4, 3, 2, 1..."
초세기를 끝까지 들어줄 생각은 없다. 본능이 몸을 움직여 바로 뒤 기동 포드의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해치가 아래로 젖혀지자마자 당신은 몸을 던지지만, 그 순간 미라타의 주 추진기가 최대 출력으로 연소한다. 그 충격으로 당신은 머리부터 포드 안으로 처박혀 손잡이와 버튼과 팔다리가 뒤엉킨다.
등 뒤로 해치가 닫힌다. 당신이 몸을 펴기도 전에 외계 전투기가 미사일을 발사한다. 다가오는 미사일을 감지한 미라타의 컴퓨터가 비상 탈출용 폭발 장치를 작동시킨다. 당신은 왕복선의 폭발에 밀려 로켓처럼 튕겨 나간다.
팔을 겨우 꺼낸 순간, 전투 장갑의 통신기를 통해 듀란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컴퓨터 주제에 항상 타이밍이 좋았단 말이죠. 당신이 우주 쓰레기가 아니라는 걸 외계인에게 알려주는 게 좋을까요? 흐음…"
"그러면 안 되지, 망할 컴퓨터!"
듀란달이 다시 웃는다. "운이 좋군요. 전 외계 가상 기생충들과 노느라 당신에게 할애할 시간이 없거든요. 이곳에 도착하면 다시 얘기를 나누죠…" 눈을 크게 뜨고 입술을 비틀며 기괴하게 웃는 사악한 컴퓨터의 얼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과거에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떠올릴 수 없다.
당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상황을 살핀다. 당신이 탄 포드는 마라톤 호의 가운데, 즉 격납 통로의 좌현 쪽으로 떠가고 있다. 속도를 낼 수는 있지만, 지금 포드의 추진기를 사용하면 외계인이 감지하고 파괴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뒤로 기대어 포드의 산소 수치만 확인하고 때를 기다린다.
당신은 언제나 몽상가였다. 몸이 움직이는 도중에도 머리는 항상 공상하고 있었다. 당신은 또다시 습관대로 화성에서의 어린 시절, 일곱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유언을 떠올린다. "자랑스러운 아들로 자라라. 절대 명예를 잃지 마라." 이십이분 후 현실로 돌아온 당신은 추진기를 작동시켜 빈 기동 포드 통로로 비행한다. 당신은 권총을 꺼내고 문을 여는 버튼을 누른다.
이상하게도 이 상황은 마치 꿈에서 본 것처럼 익숙하다.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